Ticket to the Paradise

내가 늘 말하듯 인간은 반드시 한 가지 이상의 무언가에 미쳐있는 채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

'반드시 미치지 않고서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또한 방금 가졌던 생각에 미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짐승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존재이며, 

그것에서 모든 창조성과 그로 비롯된 문명, 문화의 창출, 생존이 가능했고 

바로 그 한 가지 차이 때문에 동, 식물들을 도륙하고 그 위에 군림하며 대를 이어올 수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인간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애석하게도 굉장히 제한된 사고 속에 갇혀 살아간다.

평범한 인간이 미쳐 있는 생각들은 큰 범주들로 나누었을 때 대략 수 십가지에서 멈추는데, 

이는 모두 주위환경과 사회가 다 함께 미쳐있는 것들이며

그 이유가 인간 위에 군림하는 누군가(지배자 또는 그 집단)에 의해 자행된 세뇌, 통제, 조종의 결과였는지

혹은 그 무엇도 아닌 군중들만의 집단지성의 결과물인지는 분명치 않다.

분명한 건, 인간들이 가진 생각들과 사고는

우리 속에 갇힌 돼지들 마냥 쉽게 그 테두리를 탈출하기 어렵고

한 쪽으로 굉장히 편향되어 있으며,

쉽게 바꿀 수도, 넓힐 수도 없을 만큼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글에서, 대체 무엇이 속임수이고 

쉽게 확장하지 못하는 생각이 무엇인지,

그 너머엔 뭐가 있는지 따위는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특정 존재에 의한 현상인지, 그들은 대체 누구인지와 같은

음모론에 가까운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다.

 

그저 내가 남기고픈 말은 이것이다.

우리 인간들이 굉장히 중차대한 무게감으로 받아들이고, 

아득한 두려움과 부담을 느끼는 그 모든 것들이

실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나의 말에 쉽게 동조하는 이가 있을지 의문이고, 

이 간단한 사실 속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는 이가 과연 있을지 또한 의문이다.

 

허나 개인적으로 나는, 이 진실을 알기 전까지

인생에서 거대한 파도를 수도 없이 맞을 만큼 엄청난 고생을 했고,

끊임없고도 꾸준하게 괴롭힘을 당해 왔으며

이 사실을 깨달은 이후에 얻은 해방감과 자유는

나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키고 남을 만큼 강력했다.

그 효과는 비단 나의 내면이나 성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눈에 보이는 현실과 물질 등의 영역까지 믿기 어려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내가 오래 전 군생활을 '병정놀이'라 칭한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글을 적을 시절 실제로 군대에 있었고, 

그 속에 끌려온 이들이 모두 갓 이십대에 진입한 꼬꼬마와 같은 어린 청년들에다가,

실제로는 그리 악하지 않은 아이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온갓 규칙과 요건들을 '스스로' 만들어 내어

그 안에서의 계급과 전통을 인간성보다 더욱 중시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악인'의 행세를 취하게 된다는 사실을 목격하며

어떤 '놀이'에 깊이 심취해 있음을 자각하게 된 것이었다.

 

그것은 잠이 든 것과 같았다.

눈은 뜨고 있고 몸은 움직이고 있었으나

그들의 생각은 마취총을 맞은 것처럼 한 쪽으로 굳어졌고 정상적 사고를 하지 못했다.

그 일은 단체적으로 일어났기에, 그것에 반기를 드는 것은 '비정상'의 취급을 받는 일이었고

그로인한 심리적 속박 또한 더욱 거세어져 갔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들은 정기적으로 '외출', '외박', '휴가' 등을 통해

군대와 다른 사회를 직접 눈으로 보고, 맛보고, 체험하고 온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게임에 너무나 몰입해 있었고, 심취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잠에서 깨어나지조차 못 했다.

 

그들은 걸레는 개는 방법을 고안하고 그것을 수 년에 걸쳐 전수해 내려왔으며

그 고결한 '전통'을 따르지 않고 걸레를 다르게 개어놓은 것을 발견했을 때,

그 일을 한 후임을 잡아다 족쳤다. 

그 후임은 걸레를 집어다가 자기들이 밟고 다닌 바닥을 청소해주었고, 

그 걸레를 깨끗이 빨아다가 더욱 쓰기 쉽도록 개어놓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들은 1.5L 짜리 콜라병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여 그것을 공용 물통으로 썼는데,

그 콜라병에 치약을 짜 넣고 하루종일 흔들어 콜라냄새를 완전히 빼도록 시켰다.

만약 그 콜라병에 콜라 향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그들은 분개하며 

또다시 그것을 온종일 흔들어 씻고 물도 채워놓은 후임병을 거칠게 타박했다.

 

내가 생활했을 시절 하필 군인 구타사건이 언론에 불거져

그들이 때리지 않았던 것이 다행인지도 모른다.

내가 복무했던 기간은 군복무 중 자행되어 내려온 구타등의 행위가 근절되는 과도기에 속해 있었다.

이보다 살짝만 과거에 입대했어도 나를 비롯한 막내병들은 

언어폭력은 물론 신체적 폭행에서 자유롭지 않았을 것이며,

실제로 과거로 올라갈수록 이러한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곤 했음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들은 잠시 정신이 나갔던 것일까?

그들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동안,

자기를 위해 청소해 주는 자신의 친구나 동료가 

단순히 걸레를 자신이 원하는대로 개지 않았다는 이유로

엄청난 폭언을 할 만큼 안하무인 격 악인이었을까?

자신이 물을 먹을 수 있도록 물통을 씻어준 이에게

음료 향이 남아있다고 불러다가 족을 칠만큼 괴물과 같은 인성을 가진 사람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그저 자신에게 닥친 '게임'에 몰입하고 심취했을 뿐이다.

자기에게 부여된 지위와 계급을 믿어버렸고, 그 병정놀이에 빠져버렸을 뿐이었다.

심지어 주기적으로 외부에 다녀오며 바깥 세상은 그렇게 굴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매번 두 눈으로 목격하고 오면서도

그들의 눈은 감겨 있었고, 깊은 잠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바깥 사회조차도 그러한 놀이를 마치 사실처럼 심취해 있다고 자각하는 이는 많이 없다.

쉽게는 스포츠 경기에서부터, 온갖 다양한 직업 행태들도 본질적으로는 다름 아닌 '놀이'이다.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있다면
그는 어떤 식으로든 놀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른들은 대범한 척하면서 뽐내는 투로 아이들이 하는 일을 '놀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들 또한 자기의 일이라고 부르는 것에 중요성을 부여해놓고
그것을 가지고 놀고 있는 중이다.

아이에게 뭘 하냐고 물어보라.
그러면 그 아이는 진지하게, 아마도 화를 내면서 대답할 것이다.
"놀고 있잖아요!"

어른이 일을 하고 있을 때 옆에서 방해해보라. 그는 분개하며 말할 것이다. 
"난 지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단 말이요!"

그것 보라. 놀이는 진지한 일인 것이다.

- [트랜서핑의 비밀] 중

 

비단 아이들의 놀이 행태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지만, 

고양이가 잡은 쥐를 바로 먹지 않고 그것을 이리 저리 옮기며 장난하는 모습 또한 요상한 장면 중 하나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생존 본능, 번식 본능' 뿐인 동물의 특성에

무언가 빠트린 것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그것을 단순히 그 순간 고양이가 배고프지 않아서 라는 단 한가지 이유로 치부해버리기 이전에,

그들 또한 그 쥐를 '통제'하려는 본능에 기인하여

스스로 '놀이'를 고안해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 어떤 어른이나 윗 사람이 근엄한 표정을 하고, 무언가에 대해 진지하게 말하려 할 때

그의 앞니에 낀 고춧가루에 집중해 보라.

혹은 그의 콧털이 얼마나 삐져나와 있나 길이를 가늠해 보라.

그가 가진 얼굴 안 모공의 개수를 세어 보라.

그는 놀고 있는 중이며, 

그저 나는 맡은 배역이 있는 배우일 뿐으로서,

연기하며 그에게 나를 잠시 빌려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 보라.

 

"이 세상에 얼마나 중요한 것들이 많은데.

돈이 가장 중요하며, 그 돈을 버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데. 

나는 그 일에 집중할 때는 정말 중요해지고 진지해진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중요성 안에서 평생 괴롭게 살아가라.

모든 것은 자신의 선택이다.

 

내가 알게 된 사실 한 가지는,

돈을 포함한 여러 가지의 것들은 

중요성이 통제된 채로 꿈 속에서 깨어날 줄 아는 자들에게는 

너무도 쉽게 얻어지는 것들이며, 

그것은 이미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다.

 

나는 그저 이 순간,

그간 나를 아주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던 한 가지의 깨달음 만을 남기고 싶은 것이다.

이 현실에 닥친 모든 일, 심지어 정말 중요하게 보이는 일 조차도

사실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며, 

중요하다고 여기는 심리 자체는 백해무익하다는 점.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이 오늘도 하는 수 억만 가지의 행위들은 

'놀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놀랄만한 결과물을 창출해 내도 상관 없이 말이다.

 

아주 오래 전, 

[쟁반노래방] 이라는 추억의 TV 프로그램에 

개그맨 '오지명'씨가 출연했던 적이 있었다.

그는 자기를 제외한 출연자들이 난리를 피우고 떠들며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고 있던 중 갑자기 정적이 찾아오자 한 마디를 남겼다.

 

"놀구들 있네."

 

그 한 마디에 폭소가 터지며

오늘에 이르러서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장면인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