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면 시간은 잘 간다.

나의 가장 소중한 이 곳도 낡은 서랍장처럼 되어버렸다.

한 달, 두 달에 한번씩 글을 쓰는 것 같다.

이제는 이 곳에 들어와 글을 쓰기도 어색해진 느낌이다.

 

삶은 살아내는 것이다.

말은 뱉자마자 없어지고, 글도 작성할 때의 느낌 자체는 과거의 것이다.

이렇다 저렇다 가타부타 떠드는 것보다

직접 부딪쳐서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를 맞으며 느끼는 한 번의 사건이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이 곳에서 정처없이 글을 쓰던 날이 그리워진다.

 

  내가 사업을 하며 시간이 잘 간다고 쓰니 무슨 일벌레 마냥 사업체를 번창시키기 위해 온종일 일만 하는 것처럼 묘사되는 것 같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확고해지는 것은 나는 전혀 그런 타입의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가 MBTI를 재밋거리 심리테스트로 생각하는 것도 맞지만,  INFP 유형에 대해 이 문장 하나만큼은 사실이라고 느꼈다. "INFP는 사업과는 인연이 멀다." 소득 수준또한 16개 유형 중 가장 낮다고 조사됐다나 뭐라나. 이것만은 참 맞다고 느끼는 것이, 나는 돈이 많았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것에 눈이 돌아갈만큼 미쳐서 리스크가 있는 투자행위나 가진 것을 크게 불리는 욕심이 잘 없는 것 같다. 

 

  내가 달마다 천 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벌고 매주 400여 만원씩 저축을 시작할 수 있었을 때도 나는 생각보다 기쁘지가 않았다. 그 사실은 참 놀라웠다. 주변에서는 주식을 투자하라, 이 성공기를 유튜브로 올리라는 둥 돈이 돈을 낳아 불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분명 소문을 내지 않았는데 지인들 중 나에게 사업을 배우겠다며 직장을 그만두거나 근처로 찾아오겠다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했다. 돈의 냄새는 참으로 무섭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그런 타입의 사람이 아니고, 지금의 이 적은 수익도 나의 의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으며, 나는 하루에 일을 거의 하지 않을 때도 있을만큼 노마드처럼 산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나의 꿈은 완전히 다른 방향에 있으며 사업을 시작할 때도 나는 이 가치에 대한 정의를 확고히 했다. 내가 미래를 바라볼 때면 돈을 이용해 남에게 번쩍이며 과시하는 그 어떤 종류의 그림도 그려지지 않는다. 대신에 나는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을 위해 기부재단을 설립하고 과연 어떻게 낭비없이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회의에 참가하는 장면을 그려본 적은 있다.

 

  물론 현재의 대한민국은 돈에 미친 나라가 맞다. 만족과 안주를 모르던 이 국민성이 그들의 성장동력이었고 그것이 이윽고 각종 기술, 문화 콘텐츠, 스포츠 등의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이 나라는 아직 보여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나라다. 집의 평수와 지역이 중요하고, 자동차의 종류와 브랜드가 중요하며, 들고있는 가방과 시계, 신발과 옷 뒷덜미의 네이밍태그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나는 훗날 이 나라에 결국에는 마인드, 심리, 멘탈, 정신 등의 영역에 관심을 가지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저 가르침을 받는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멘탈의 영역은 하루 24시간, 각 1초 1초마다 붙들어 매어야 한다. 감정과 정신의 영역은 시간마다 변하고, 사건에 따라 바뀌며, 사용하지 않으면 닳아버린다. 하지만 그것은 모든 삶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며 거울 맞은 편에 서 있는 나 또는 당신 자신이다.

 

 보이는 모든 것이 거울에 반사되어 비친 제한적인 세계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소름이 끼치고 놀라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