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눈밭에 그리움을 묻고

고 은 영               

 

어제의 꽃은 시들고

밤이면 불빛따라 흐르지 못하는 어둠을 끌어안고

불구의 영혼으로 부르던 묵언의 외침들

패색 짙은 선로에 서면 허무만 팔랑대고

 

삶의 한계를 절감하는 날은

살아온 인생보다 살아갈 인생이 더욱 아프다

아무리 울어도 외로움이고

아무리 몸부림쳐도 고독은 면할 수 없다

 

저 눈밭에 그리움을 묻자

저 눈밭에 진저리치는 나의 상처를 묻자

저 눈밭에 어두운 나의 과거를 묻고

아픔을 묻고 나의 슬픈 눈물을 묻자

 

쉬지않고 하루종일 내리는 눈

곁가지로 나풀대던 등 피로

영혼이 흔들리는 추위에 서서도

살아감은 욕망과 필요를 줄이며

그것들을 포기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