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석이형! 생일 축하해. 때로는 내가 6살 때 세상을 등졌고, 나를 알지도 못하던 사람한테 형 형 거리며 반말을 해대는게 이상하고 부끄러울 때가 있어. 실제로 형은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만으로 쉰 다섯이고 나는 그런 형을 실제로 만나면 쩔쩔매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형은 내게 영원히 서른 세 살로 남아있고, 나는 점점 나이를 먹어가며 서른이 되었으니 이제 얼추 형이라 부르며 반말을 해도 괜찮지 않겠어? 더군다나 죽은자는 말이 없다 그러잖아. 형이 하늘에서 빙긋이 웃고 있을지, 아직 나를 알지도 못할지, 형이 이승이든 저승에든 아예 존재하지도 않을지 나는 모르겠지만 억울하면 꿈에라도 나와서 항변해. 만약에 정말 인연이 닿아 친해졌으면 형이랑 싫어하는 소주잔도 기울이고 담배도 피우고 그랬을텐데. 그런데 또 형의 성격을 아직도 잘 모르겠어서 내가 맞담배를 태우는 걸 허락해줬을지, 나와 함께 겸상이나 했을지 미지수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형을 아주 편하고 따뜻한 선배였다고 기억하고 있지만 내가 파악한 형의 성격으로는 아주 까칠하고 다혈질적인 면도 있는걸 분명히 확인은 했거든. 


 

홀연히 이 영상이 떠올라서 가져와 봤어. 김광석에게 음악이란 무슨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세요..? 라는 질문에 1초도 망설임 없이 "밥벌이요." 형에게 뭔가 거창하고 긴 답변을 기대한 내가 아직 한참 모자랐던건가. 형에게 음악은 밥벌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을, 그래서 밥벌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일을 하며 낭만보다 생활을 택하고 있는 나와도 더 공감점이 이어지는 듯 하네. 어쩌면 숱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형이 부른 그 노랫말들이 모조리 형의 이야기였을거라고 확신에 차서 이런 저런 해석을 부여하던 내 지난 날이 부끄러워지는 건 당연한 일일까. 형은 정말 그저 기타를 한 줄 한 줄 치면서 한소절 씩 노래를 했을 뿐일텐데. 


올해에는 청광사 위패에도 못 가고, 혜화 학전소극장 비석 앞에도 소주잔 하나 올려두지 못해서 미안해. 나는 형의 기일인 6일에도, 그리고 오늘도 정말 가고 싶었는데 새벽부터 출근하는 곳이 있어. 끝나면 늦게라도 꼭 다녀오고 싶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가 알지 못할 때 혹시 도와주고 있었다면 그것도 고마워. 형이 혼령으로 존재할지, 저 위에서 생명체로 존재할지, 별이되어 박혀있을지, 노랫말따라 먼지가 되어 허공을 헤엄치고 있을지, 아니면 말했다시피 아예 존재하지 않을지 나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내 안에서 형은 숨을 쉬면서 살아있어. 그것이 내가 누더기처럼 기워 만든 형의 왜곡된 이미지여도 난 괜찮아. 나는 형의 자료를 누구보다 많이 찾아보았다 자부하고 그리고 제한된 정보 가운데에서 최선을 다해서 형을 그려냈다고 생각해.


광석이형! 하필 오늘 태어나줘서 고마워.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거 알지. 형이 굉장히 잘 지워줬어. 아주 완벽하게! 참 고마워!


선물은 차차 생각해 볼게. 못 줄수도 있다는 뜻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