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필코 한 주먹만
박 정 만
살아야겠다, 기필코
저승에서 목매달고 죽어서라도
아직은 남은 꿈이 굴뚝새 나는 밤물결 같고
들머리 지나는 뜬구름의 그림자 같애
속이 영 거북하고
초저녁 잠 같은 저승의 발길,
난 안 들었어, 난 아니 들었어
이대로 밑도 끝도 없이 나둥그라지다니
그것은 절대로 아니 될 말씀,
한세상 오금 펴고 꽃길을 저어가야지
순풍에 돛달고 저어가야지
노젓는 사공 없으면 아무렴 어때
개코같은 말씀인지 딴은 몰라도
이 터수에 거짓말 할까
한없는 목숨의 끝이 있어서
모르면 몰라도 하늘자락 한 끝은 보여주겠지
기필코 한 주먹만 더 살아야겠다
A sunlit town, Adrianus Ever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