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빨리 가버렸으면

                                                                    유 화


물결처럼 마음이 일렁이는 날

그런 날엔 아무나 부여잡고 울고 싶단다

세월이 빨리도 흘러간다고

남들은 흐르는 세월을

아쉬워서 하는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난 말이지

흐르는 세월이 언제부터인지

하나도 아쉽지 않더라

내 앞에 시간들 빨리 흘러

내 젊음도 다 가고

지금 이 시간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지금 이 시간들은

내게 꿈도 희망도 보이질 않으니

빨리 흘러가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래서 살만 해서 살아가고 있는지

세월이 빨리 흘러가서 차라리

가슴이 시린 젊은 날들보다

주름진 나의 끝을 보고 싶다

마음이 왜 이렇게 자꾸만

물결치듯 일렁이는지 모르겠어

이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더 내 주고 싶어도 줄 수 있는 무엇도 없어

미련도 없고 아쉬움마저 가질 수 없는데

왜 이렇게 자꾸만 서글픈 것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