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cket to the Paradise

나는 일평생 유약하고 내성적인 사람들 곁에 있을 것 같다. 

나는 주로 그들과 친구가 되며 때로는 도와주기도 한다. 나는 그러한 기질의 사람들을 만날 때 마음 속에서 끝이 없는 파도가 일어난다.

내가 말하는 사람들은 식당에 가서 웨이터를 부르기조차 힘이 드는 사람들이다. 

사람이 꽉 찬 만원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어떻게 벨을 누르고 저 수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헤집고 내려야 하지...?' 라는 걱정이

내리기 서너정거장 전부터 든다.

또한 버스나 지하철에서 옆 사람과 부딪치는게 싫은 것보다

내가 옆 사람을 아프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면 어쩌지라는 마음이 조금 더 큰 사람들이다.

남의 한 마디에 상처를 받아 집에 와서 골골대는 사람들이다. 정작 그 상황에서 반박은 한 마디도 못하면서...

집에 와서는 스스로 리플레이를 돌려 보며 온갖 하고픈 말을 혼자 떠올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남에게 상처를 주느니 자기가 아프고 마는 사람들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타인에게 얼른 전가하고 자기는 속 시원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오만가지를 다 짊어지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괴롭힌다.


나는 이들을 쉽게 발견한다. 

외적으로는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겉으로 씩씩하게 자신을 포장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조차 못한 경우도 있다. 이 찌질함은 절대로 숨겨지지 않는다.

나는 이들을 만나면 한 눈에 알아보게 된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정작 나부터 고등학생 때 마주한 친구에게 좋아한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변죽만 울려대다가 아직까지도 마음고생하고 있으니까. 

찌질함도 이런 찌질함이 어디 있겠는가?

십 년이 다 되어 가는데.


나는 착한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대체로 착하지만, 착한 것과 약한 것은 다르다.

나는 약한 사람에게 마음이 끌린다.

이 연약함은 태생이다. 태어날 때부터 이미 가지고 있다.


상황이나 환경이 열악한 소위 '약자'들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아저씨가 성격이 그리 연약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아주 돈이 많고 지위가 높은 사람도 아주 유약한 성격일 수 있다.

나는 전자에게는 그저 남들이 느끼는 정도의 측은함만 느낄 뿐이며

후자에게는 한계가 없는 측은함과 애정이 몰려 온다. 


이들은 세상을 살아가기가 아주 힘이 들 것이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부터 진공청소기처럼 걱정을 쓸어담는다.

남들이 스트레스로 느끼지 못하는 것들까지 스트레스로 느끼기 때문에

늘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이 세상의 구조는 알다시피 마음이 강한 사람들에게 특화되어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어도 자기가 이득을 취한다면 그것이 더 괜찮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득세하고 성공도 하여 한 자리를 차지한다.


나는 마음이 약한 이들을 잘 알고 있다.

나는 다양한 성향의 친구가 있으나

이러한 성향을 가진 친구와 가장 오래되었으며, 만났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


나는 과거에 저만큼이나 유약했다고 할 수 있으나,

현재는 아주 약간의 냉기와 잔인함, 이기심까지 갖추어 나가는 중이라 여겨진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먹히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우리에겐 어떠한 처세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나는 이들의 곁에 있으면서 그 어떤 처치법을 공유하고 싶다.

스킬이 필요하다.

그 따뜻한 가슴에 약간의 방호구와 무기를 갖춘다면

정말 좋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더욱 따뜻함을 발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엔 쉽지 않을 것이다.

마음이 여린 우리들은 하루를 사는 것도 쉽지 않으며

지금도 어딘가에서 픽픽 쓰러져 죽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고 있다.

어딘가에서 뭉쳐야 한다니까. 우리들은.

뭉쳐서 대책을 논의해 봐야 해.


내 근처에서 내가 생각하는 수준까지 마음이 연약한 사람은

재 두 명 발견했다.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그래도 꽤 많을 텐데, 두 명이면

정말 비율이 적은 거겠지?

신기하지만 그 두 명 다 남자다.

나는 살면서 여자들이 강하고 드센 케이스를 더 많이 본 것 같다. 

굳이 따지자면 그렇단 말이야... 

성비를 논하는게 무의미하기는 해. 애초에 많이 없으니...


나는 우리가 잘됐으면 좋겠어.

나는 우리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