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듣고 바다가 웃겠지

미망인의 쓸쓸한 거푸집처럼

거무스름히 적당히 붉어진

내 뺨 위로 노을지는 동굴 등어리 따라

꽃잎 따라

다리 넘어

기다리던 능선에 닿을 때

기대하던 호주머니는 다 젖었고

나팔소리만 고즈넉히 들려오는데

너는 바삐 가야할 데가 있는 듯이

서툰 발걸음을 재촉하고

나는 떠지지 않는 눈을 밝히며

영원히 그늘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