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올라와 있다

                                                                   박 용 하


눈에서 빛이 반짝이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번쩍이지 않고 반짝인다

눈에서 광채가 번뜩이는 사람이 있다

가까이 하기 힘든 힘이 느껴진다

심장에서 올라온 눈물이 겨울 나뭇가지에

얼음처럼 달려 있는 눈도 있다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는 눈도 있다

그건 숫제 고인 물웅덩이라고 해야겠다

기름 둥둥 떠다니는 세숫대야라고 해야겠다

어떤 빛도 시들고 암흑만 출렁거리는 눈도 있다

끈적거리는 눈빛과 반질반질한 눈빛,

흐리멍덩하고 퀭한 눈빛,

곧 덮칠 듯이 아슬아슬하게 달려 있는 살기등등한 눈빛...

빛의 족보도 가지가지다

아무 데로도 향하지 않는 빛이 마른 잎처럼 겨우 붙어있거나

어떤 넋도 올라올 것 같지 않은 폐광의 입구 같은 눈도 있다

슬프다!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면 한 사람의 바닥이 드러난다

깊은 광활함, 아득한 유한... 그런 눈빛이 그립다

사람의 눈에는 그 사람의 심장이 올라와 있다

중요한 순간이다

 

                                                                                            박용하 시집『견자』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