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노신사와의 만남

Sean Keating 2022. 5. 5. 03:50

검은 머리에 흰머리가 군데군데 섞여있는 노신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머리카락에 대해 쓰고 싶다. 그는 웨이브가 아주 살짝 들어간 듯한 머리를 갖고 있었으며 아주 오래 기른듯해 보였다. 그의 머리카락은 구레나룻으로 이어져 코와 턱수염으로 연결되었는데 구레나룻부터는 흰색 수염이 훨씬 많았다. 

그는 털로 된 회색 계열의 두꺼운 가디건을 두르고 있었는데 체격 탓인지 크면서도 작아 보였다. 확실히 운동을 하거나 했던 사람처럼 보였다. 운동 중에서도 높은 중량이나 근력을 요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듯 했다. 그러나 그의 키는 크지 않았다. 173cm에서 많아봐야 175cm를 넘지 않아 보였다. 바지는 밝은 브라운 계열의 면이나 골덴바지 쯤으로 보였고 구두는 정장의 계열이 아닌 캐주얼 쪽이었다. 

그 노신사는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눈을 마주치며 나를 향한 미소를 지어주었는데, 그것에 나는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을 받았다. 예상보다 가까이서 본 그의 얼굴에는 아주 깊은 눈동자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그 호수같던 눈동자는 멈추어 있던 시간 사이에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꿰뚫어보았고 나의 옷거지, 표정, 그에서 파생된 나의 내면의 심리와 방 안 구조, 사물의 위치까지 아주 속속들이 파악한 후 이내 거두어졌다. 거의 익살스럽고도 온유했던 눈인사에 그간 수없이 다사다난했던 사건들에 두들겨 맞아온 내가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그는 아무런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고 조용히 방문을 닫고 떠났다. 나는 여러 매체에서 수없이도 그의 음성을 들어왔지만 만일 그가 한마디 말을 건넸다면 그 순간의 목소리는 평소 내가 알던 목소리와 확연히 달랐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그에게서 대중을 상대할 때와 한 사람을 상대할 때의 모습이 매우 차이가 있을 것임을 직감했다. 아주 찰나의 순간에도 그는 나에게 많은 말들을, 그리고 기억들을 건네고 갔다.

그는 대중에게 음악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확히 그의 본업은 사상가이자 작가라고 생각해왔다. 그는 한 세대를 변화시켰고, 문화를 일으켰으며, 사람들에게 새 지평을 열어주었다. 나는 오늘 그와 동시대에 살아 숨쉬고 있음에, 그리고 아주 가까이서 그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음에 그 어떤 신에게라도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