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역시 내겐 기타와 피아노가 있어야...

Sean Keating 2017. 4. 8. 01:10

나는 딴따라 기질을 못 버릴 것 같다. 죽을 때까지... 지난 일주일 동안 교생실습을 다녀오면서 손이 허전해 견딜 수 없었다. 가끔 기타가 너무 치고 싶어 미치기 일보직전의 느낌이 왔다. 손에 들려 있어야 할 것이 없는 허전한 기분이었다.


금요일 퇴근을 하자마자 친구를 불러 차를 갖고 학교 앞 까지 와 달라 했다. 친구는 50km가 넘는 길을 달려와 주었다. 가는 길은 미안한 마음에 내가 운전을 해 주었다. 한 걸음에 달려간 곳은 나의 서울 방... 그 곳엔 기타와 피아노가 있다. 나는 맥주와 다른 술병들을 조금 비우고 바로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노래를 들으니까 좀 낫네..." 고독감과 공허감에 허덕이는 것 같아 보이는 친구도 한마디 건넸다. 나도 이 손과 팔이 느끼는 질감과 느낌을 얼마나 그리워했었는지. 나는 기타를 치지 않고는 일주일도 살지 못한다. 학교에서 내내 있을 때도 나의 손은 언제나 몰래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나는 스스로 생각한다. 음악의 길로 갔어야 했다고... 사실 교직의 길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이긴 하지만, 나는 부모가 지금 죽는다면 교사를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무조건 음악을 하다가 죽을 것이다. 


내 안에 생명의 탯줄이 아직도 살아 요동치고 있는데, 그것을 질식시켜 죽이는 것은 낙태와 별반 다름이 없지 않겠는가? 나는 그 어디에서도 음악이 주는 전율을 만나보지 못했다. 내가 느꼈던 사랑의 감정들, 이성 그리고 불특정 다수를 향한 것들 모두, 음악이라는 것이 가장 잘 표현해 내었다. 다른 분야들은 내게 있어서 그 근처에도 따라오지 못했다.


피아노 되게 잘 치시네요... 나의 피아노를 들은 모두가 하는 말이다. 너의 피아노 소리는 다른 사람들과 확연히 다른 느낌이 있어. 나를 잘 아는 친한 친구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세상에 나의 곡을 내놓지 않는다. 나는 아직 한참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느낀다. 상황과 여건 등 많은 것들이 협조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게 얼마간의 시간과, 마실 물과 양식이 주어진다면, 나는 단언컨대 그 어디 견주어도 반짝이며 아름다울 수 있는 곡을 만들어 낼 자신이 있다. 그것을 행할 수 있는 잠재력의 크기와 유무는 나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다른 직업이 있는 상황에서 세기의 곡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할까. 나는 이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이다. 내가 가진 직업의 퇴근 시간이 아무리 빠르다 해도 그것은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핵심은 어느 시간에 맞추어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한다는 그 사실이다. 틀에 맞추어진 생활은 불시에 떠오를 가능성이 있는 그 모든 영감들을 씨부터 죽여버린다. 작곡가는 오로지 작곡 그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며 깨어있는 모든 시간 음과 소리에 미쳐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부모와 싸우기 싫어 현실과 타협하기로 결정했고, 이것이 나에게도 이득이 될 것으로 스스로 전망했다. 그러나 나의 가장 가운데 깊은 곳에 있는 하나의 화분은, 그 어디에서 물을 주지도 않는데 언제나 그렇게 피어나고 있는지, 그래서 나를 괴롭고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 나의 모든 비극의 시작은 이 화분에 담긴 씨앗의 끈질긴 생명력에 있다.


나는 요즘 다시 신을 믿어가는 중이다. 신이 있어서 정녕 나를 불쌍히 여긴다면 내게 작곡의 기회를 줄 것이다. 그 곡이 많은 사람들을 전율하게 하고 시간여행 하도록 만든다면, 나는 비로소 편하고 긴 단잠에 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