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가는대로 쓰는 일기
약 10일 만에 나에게 다시 휴식을 주게 되었다. 내가 지친 탓도 있다. 마지막 9, 10일은 지독한 우울감과 무기력감에 빠져 살았다. 건들면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옆자리 공부하는 사람에게 괜시리 시비를 걸어 싸울 뻔도 했다. 나는 내가 하는 것이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부는 무언가 배우고 싶을 때 저절로 되는 것을 뜻한다. 내가 하는 것은 조금 값비싼 노동이나 투자 쯤으로 해 두고 싶다. 그런데 가끔은 이 투자가 굉장히 고통스럽다.
나는 네 시 반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첫차를 타고 학교를 갔다. 가는 버스 안에서는 단어를 보았고, 공부 중간에 담배를 피울 때도 늘 단어를 보았다. 앉아서 물을 많이 마시니 화장실을 자주 가는 시간이 아까워 물도 잘 먹지 않았다. 단어를 외는 시간이나, 밥을 먹는 시간, 기타 집중하지 않는 시간을 빼면 실공부 시간은 10-11시간 정도가 되었다. 밥을 먹고 그 흔한 스트레칭이나 산책하는 시간도 없이 바로 앉으니 배에 살이 금방 붙는 것이 느껴졌다. 나중에는 허리와 다리가 쓰라리듯이 아파왔다. 하루는 입술이 다 터지기도 하였다. 관자놀이가 따끔거리는 신경성 두통은 떠난 적이 없었다. 아무리 봐도 공부는 몸과의 싸움이다.
분명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들 중에 몸이 성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강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다 만성 디스크 하나 쯤은 가지고 있다. 제아무리 스트레칭을 자주 한다 한들 같은 자세로 십수시간을 지킨다는 것은 확실히 몸에 무리를 주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다음 10일은 운동을 병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강사가 좋은 팁을 하나 알려 주었다. 운동하러 가는 시간까지 합해 1시간이 넘지 않도록 할 것. 운동을 조금씩 하는 방법을 깨우쳐 준 것이다. 이 간단한 생각을 왜 하지 못 했지. 나는 욕심이 많아 헬스장에 가면 등부터 벤치, 아령으로 세 가지 부위 등을 마치고 오곤 했다. 심지어 헬스 트레이너들도 삼두 ,이두나 어깨를 격일로 쉬어가면서 하라고들 하는데 나는 그런 것들 계산해 가며 하기가 싫어 무조건 정한 횟수를 마치고 나오곤 했다. 이제는 그 패턴을 바꿔 보고자 한다.
내가 운동을 시작하는 이유는 다른데 또 있다. ...... 쓰고 싶지는 않다.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생겨서라고 해 두자.
확실히 느낀 것이 많다. 깨어있는 시간에 좋든 싫든 어딘가에 집중을 하고 있다 보니 잡생각이 없어지고, 시간이 아주 빨리 갔다. 이번 열흘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열 번을 보내면 백일을 보내게 되고, 또 그렇게 몇 번 하다 보면 시험 날이 다가와 있겠지.
그리고, 정신이 건강해졌다. 확연히 느껴진다.
물론, 지칠 때는 몸과 마음이 확실히 망가진다. 왜 살고 있냐는 생각이 든 것이 오랜만이었다. 나는 다시 계획이라는 것을 세우면서 나를 일으켜 나갔다. 지금은 거짓말처럼 회복이 되었다.
또 언젠가 들어올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