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아무 말이나

Sean Keating 2015. 8. 3. 05:10

아무 말이나 지껄이고 싶다.

술은 취하지 않았다.

이제 다시 들어가야 한다. 즐거운 외박이었다.

들어가면 나는 다시 근무를 설 것이다. 하염없이 불빛들만 바라보면서 그렇게 살 것이다.

죄와 벌이 거의 100페이지 쯤 남았다. 다 왔어.

영어 공부도 시작할 듯 하다.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겠지만 잘 정하겠지.

그녀는 끝내 연락이 오지 않았다.

친구의 말대로 생일 즈음 해서 연락이 올 것이다. (혹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나는 왜인지 기분이 상해 버렸다. 이번 것은 느낌이 좀 다르다.

그 친구를 메신저 목록에서 지워버렸다.

 

이번 외박,

내 주변에 사람들이 없는 것 같아도 꽉 채워 만날 사람들 다 만났다.

다만 부모님께는 좀 소홀했던 경향이... 언제나 날 챙겨주는 분들은 그 분들이신데.

있을 때 잘 해. 광석이형이 해 준 말.

난 그저 부모님을 속인 기억 밖에 없다.

아버지는 어제 나와의 통화에서 굉장히 서운해 하셨다. 오랜만에 마주해보던 아버지의 서러움이었다.

아버지는 단순히 내가 집에서 마지막 밤을 안 잔다는 사실로 화를 내셨겠지만

물론 다른 이유도 포함이 되어 있겠지.

 

먼저 첫날은 성인이,

만나서 난생 처음 먹어본 맘스터치의 싸이 버거는 꽤 괜찮았어.

하지만 버거킹 보다는 맛이 없더라.

탁구 연습은 더 해야겠더라.

성인이랑 술집에 들어가 두 병씩을 마셨다. 물론 술값은 내가 냈다.

5만원 정도가 나왔는데 아깝지는 않았다.

하지만 속이 좀 안좋긴 했다. 간에서 해독하느라 그랬나?

내 주량은 딱 두 병인 것 같다는 기분이... 아니면 한 병 반.

둘째날은 집구석에 쳐박혀 지냈다.

엄마 아빠에게는 말했다시피 아주 소홀했다. 나는 나쁜 아들이다.

셋째날 재철이와 주현이를 보았다.

삼계탕을 먹었다. 재철이 공부하는게 안쓰러워 삼계탕을 내가 사 주었다.

주현이는 다음에 사 줄게. 사실 주현이에게도 많이 고마웠는데...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

 

재철이가 소개해준 아주 괜찮았던 카페.

에스프레소 도피오를 시켜서 원샷을 하니 아이들이 신기하게 쳐다보는 눈치다.

원래 이렇게 먹는거라고 말해주는데 괜시리 아는 척 했던 건 아닌가...싶다.

커피 맛은 괜찮았다.

밤 아홉시에 주희 누나를 보러 출발했다.

누나는 귀여운 스타일이었다.

누나는 답답해 하며 나에게 많은 상담을 해 주었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누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희 누나는 분명 좋은 사람이다. 나는 이 누나와 계속해서 좋은 사이로 남기로 결정했다.

누나는 칼 같은 면도 있지만 많이 여리고 마음이 온순하고 착하고 따뜻한 것 같으니 나도 그렇게만 대해 주자.

누나랑 노량진에서부터 노들역, 노들섬, 한강대교를 걸으며 바람을 맞았다.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누나가 한강을 보며 도토리묵 같다고 했는데 내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누나의 요지는 이거였다.

빨리 고백해 등신아.

빨리 해치워버리고 끝내라는 거였다.

벌써 몇년째니 답답아.

니 인생이 아깝지도 않냐.

그래 누나 나도 그러고 싶어.

내 모든 시간의 상념들을 앗아간 그 아주 무서운 존재에게

나는 다시 옷깃을 여미고 찾아갈 준비를 했었지.

길게 보느니, 어쩌니, 연락을 주기적으로 하느니... 다 소용없고 필요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 같다. 누나의 도움으로......

조만간 예의주시하다가 꽤 많은 양의 편지를 들고 그녀를 만나야겠다.

아마 중순 쯤 연락이 올 테니까, 만나는 건 9월 쯤이겠지?

9월 쯤엔 꼭 고백할게, 누나.

고마워.

누나는 말 그대로 색다른 상담이었다.

 

새벽 두 세 시에 아무 생각 없이 밤 거리를 쏘다니는 것도 이젠 지겹다.

가끔은 사무치게 집에 가고 싶어진다.

하지만 소름끼치게 집이 싫어질 때도 있다.

내 안의 모순! (다시 광석이 형의 말)

나는 그저 많은 양의 담배를 태워 버리는데 누나도 끊으라고 하고

주현이도 끊으라고 한다.

주현이는 내가 돌아오길 기도할 거라고 했다. 아니 기도하고 있단다.

별뜻없는 말이었지만 뭉클하며 고마운 느낌이 있다.

주현이의 해답지와 목적지는 그 곳이니까

친구가 그 곳으로 귀향하기를 바라겠지.

나도 그럴 마음이 있어. 주현아.

언젠가 따뜻한 품이 있는 그 곳으로.

그러나 아직은 .......

이유는 나도 모르네.

 

나는 상경 4 호봉이 되었다.

상경 7호봉이 되면 수경이 된다.

수경을 3개월 쯤 보내고 나면, 전역 한다.

별로 지긋지긋한 곳은 아니다.

다만 나이 어린 것들이 반말 찍찍 내 뱉는 것에 굽신 거리는 것이 힘들다.

나는 눈깔을 똑바로 마주치며 그들에게 무언의 시위를 한다.

내가 싫어하는 놈한테는 대꾸나 대답도 제대로 안 하며 고집을 피운다.

어쩌겠는가! 내가 그렇게 생겨 먹은 것을. 수틀리면 하고싶은 대로 하라지.

겨우 몇 달 일찍 들어왔다고 나이를 잊어먹어? 괘씸하고 어리석은 것.

전역 전 말 놓을 때 쪽팔릴 생각을 하지 않나 보네.

그런데 대개 그런 아이들은 인생 자체가 불쌍하기 때문에 딱히 뭐라할 마음이 생기진 않는다.

구멍이 송송 뚫려 아주 처량해부이고 추한 정신 세계... 불쌍할 정도로 초췌한 외모.

주관적인 미의 기준이 들어갔지만.

 

자 이제 그 곳에서 다시 두 달의 남짓을 보내고 나오게 된다.

많은 일들이 있겠지......

나는 그저 무감히 두 달이 흘러갔으면 좋겠는데 시간은 허락하지 않겠지?

다사다난하겠지... 다만 빌어 본다. 무사무탈하게 해 주세요.

아이들 도와주고 내 할 일 열심히 하다 보면 그리고 담배 열심히 태우다 보면 시간 가 있겠지.

들어가는게 그렇게 (의외로) 고통스럽지 않다.

그래서 다행이다.

누나가 오늘 내게 해 준 아주 짧은 문답이 있는데 인상적이다.

너 부모님보다 그 여자애가 더 소중해?

아니. (바로 나온 대답이었다.)

그래 그런데 그 여자애 때문에 죽거나 이상한 일 저지르면 그게 얼마나 불효하는 짓이냐.

너희 엄마 아버지는 얼마나 마음 아파 하시겠어?

생각해 보니 그렇네.

 

우울감도 그저 있는 것

눈이 떠지면 그냥 저냥 살아내는 것

인생은 언제든 롤러코스터처럼 흔들리니까

나는 롤러코스터를 참 싫어하지만

우리 여행 가자.

나는 여행을 참 좋아 해. 체력은 별로 좋지 않지만......

그래 여행을 가기 위해서

그리고 어제 보았던 그 예쁜 하늘을 또 언제 볼지 모르니까

나는 살아 있는다.

 

그저 살아 있을게......

아직은 형도 허락을 안하고 많이들 그러니까.

 

핑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