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물든 색을 빼기
Sean Keating
2015. 5. 10. 07:31
내 안에서 아주 오랜시간 물들어 온 기독교의 물을 빼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시간이 좀 많이 걸릴 것 같다. 나는 일곱 살 때부터 기독교에 거의 완전히 올인하다시피 해 왔고, 그로 인해 내가 맺어온 주변 관계들과 모든 구성들은 그것과 연관되어 있다.
내가 저지른 일과 내가 싼 똥은 내가 치운다. 이 블로그도 없애버리고 싶지만 그간 쌓아온 것들이 있어 이내 끌고 간다.
나는 인문학을 사랑하고 사람 자체를 좋아하며 긍정한다. 그렇기에 나는 종교(특히, 기독교)를 가진 사람은 연약해 보이고 불쌍하다. 내가 그 안에 깊이 침잠해 있었기에 생긴 안목이자 비로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영역이다. 종교를 믿는 사람들 중 따뜻한 면을 가진 이들이 있다는 것도 알지만 나는 이제 근본적으로 그들을 어느 이상 가까이 대할 수 없다.
결정적인 순간에 신에게 가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 고난이 닥쳐왔을 때 스스로 싸우다가 죽거나 이기거나 하는 사람이 훨씬 매력 있다. 인간들의 문제는 인간끼리 쇼부를 봐야 맞다고 본다..
블로그가 보기싫게 되어가고 있다. 찍어둔 사진도 영상도 많고 모두 정리해 올리고 싶은데 그럴 수 있는 환경과 시간이 안 된다. 그저 짧은 글만 올리고 남겨두는 것 뿐이다. 소리없는 독자는 늘어가는 듯 보이지만 늘 해왔듯 신경에 두지 않으려 한다.
지난 날 죽음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보내주었던 방명록과 메일들이 고맙다. 그러나 이마저 다들 기독교와 연관되어 있다. 나는 나와 내 주변에 물든 색을 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