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전을 앞둔 푸념
홍명보 감독이 내일 열리는 튀니지전에서 풀전력을 가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승리보다 부상방지가 중요하다는 논리를 펼쳐가면서 백업맴버를 기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많은 부분을 노출하면서까지 평가전을 이기는 것은 의미없다는 말과 함께 대표팀의 모든 전력을 노출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경기력이 좋지 못하거나 패배했을 때 빠져나갈 구멍을 미리 만들어 놓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비난이 쏟아졌을 때에 대비한 포석을 깔고 핑계거리 여럿을 은연중에 흘린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부상 방지야 정말 중요하다.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치르는 평가전에서 부상을 당해 전열에서 이탈하는 선수가 생기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다. 98년도 황선홍이나 2006년도 이동국의 예가 있다. 이런 일들은 선수 본인에게나, 팀에게나, 월드컵을 지켜볼 국민들에게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내일의 평가전은 월드컵 전 한국에서의 마지막 평가전이다. 앞으로 이런 규모의 한국 팬들 앞에서 태극전사들이 뛰는 모습을 보여줄 날은 적어도 월드컵 이후가 될 것이다. 더군다나 대한민국은 한 달도 남지 않은 월드컵을 두고 내일의 튀니지전을 포함해 단 두 번의 평가전 밖에 잡혀있지 않다. 이제 시험이나 발맞추기의 단계가 아니라 풀전력으로 상대와 맞붙어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는 예방주사라느니, 패배가 좋은 약이 되었다느니와 같은 말은 필요 없다. 실전이 코앞이기 때문이다.
기사의 댓글 중 이러한 행동을 너무도 콕 찝어 비유한 재미있는 댓글이 있었다.
여**: 수능 3주 남았는데 모의고사 안 풀고 정석 기본문제 돌리시겠답니다
이제는 주전멤버로 손발을 맞출 때인데도 패턴노출이나 부상 염려로 실전경기에서 실전으로 임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비싼 돈 들여 외국대표팀을 초청해 평가전을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 혹시 준비된 전술이 너무 없어서는 아닐까? 막상 모여 훈련해보니 전체적 팀 수준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모든 결과는 내일 밝혀지겠지.
물론 평가전의 결과에 크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월드컵을 앞둔 마지막 홈 평가전에서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한국 대표팀의 전체적인 경기력이다. 감독이 들고나온 전술은 무엇인지,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는 얼만큼인지, 전체적으로 어떤 팀컬러가 묻어나는지, 좌우 공수전환과 양 볼배급은 얼마나 활발한지, 팀으로써의 유기적인 움직임은 어느정도인지... 꼼꼼히 볼 것이다.
평가전에서 혹시 졌다 하더라도 관중을 매료시킬 만한 경기력이면 비난은 의외로 거의 없다. 하지만 역대 대표팀 감독들이 경질될 때를 살펴보면,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차마 눈 뜨고 못 볼 경기력일 때가 많았다. 내일 우리 대표팀의 경기력이 부디 좋았으면 좋겠다.
원래는 런던 올림픽 훨씬 이전에 팀을 맡으실 때부터 홍명보 감독님을 좋아했으나, '원칙'이라는 단어의 오용과 함께한 박주영 선수의 기용, 언론을 이용한 잦은 간섭(박지성 은퇴번복 문제나 기성용-최강희감독 문제 등), 박주호 선수를 엔트리 제외시킬 때 내민 터무니없는 이유(그 이유는 바로 10% 회복되지 않은 부상 때문;... 그럼 똑같은 봉화직염 앓았던 박주영은 어떻게 된 것이고, 무릎부상으로 조기귀국한 기성용은 무엇이며, 지금도 팀훈련 소화못한 채 재활훈련하고 있는 김진수 선수는 뭐지?) 때문에 많은 실망을 했다.
그렇지만 부디 내일은 경기력이나 경기결과도 좋아서 모두에게 칭찬을 받고 다가오는 월드컵에서도 기대이상의 성과를 내 주기를 염원한다. 내일은 부디 정성룡의 나라잃은 표정을 보지 않기를 바란다.